강릉 '옛빙그레김밥' – 추억 속 그 맛, 아직도 그대로

강릉 여행의 묘미는 바다뿐만이 아닙니다. 진짜 강릉을 느끼고 싶다면, 여행자보다 로컬이 사랑한 곳을 찾아가 보세요. 오늘 소개할 곳은 '옛빙그레김밥'. 강릉 시내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곳은 90년대 감성이 가득한, 그 시절 단골 맛집입니다.

98년 그 시절 그대로… 벽 가득 낙서가 반겨주는 공간

처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눈에 들어오는 건 붉은 벽과 목재 인테리어, 그리고 빽빽이 채워진 벽 낙서들. “우정 영원히”, “2000.6.14 첫사랑과” 같은 글귀들이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어요. 무려 20년도 넘은 낙서들 사이에 나의 추억도 어딘가 묻혀 있겠죠. 대학 시절 자주 찾았던 이곳, 여전히 그대로라니 괜히 마음 한편이 뭉클해졌습니다.

메뉴는 단 3가지, 그럼에도 손님은 가득

여긴 단출하게 김밥, 쫄사리, 어묵국 단 3가지만 팝니다. 메뉴판도 소박하게 벽에 걸려 있고, 가격도 착해요. 김밥 두 줄, 쫄사리 하나, 어묵까지 시켜도 부담 없죠.

기본반찬은 이렇게 단무지와 어묵국물이 전부예요.
단무지가 다양한 크기,  다양한 두께로 잘려있는 게 특이했어요ㅎ

김밥: 맛살, 단무지, 시금치 등 기본 재료가 알차게 들어간 옛날 김밥 느낌. 특별할 것 없지만 묘하게 중독됩니다.
(나떼는 말이죠 흑미밥으로 김밥을 쌌었는데 말이죠, 요즘은 그냥 백미로 싸나 봐요.)

쫄사리: 매콤한 국물에 어묵, 채소, 그리고 쫄깃한 면발이 푸짐하게 들어가 있어요. 별미라기보단 ‘익숙한 맛’인데, 그 익숙함이 자꾸 생각나게 만듭니다.

어묵국: 따뜻하고 간단한 국물에 어묵이 찰랑찰랑, 김밥이랑 찰떡궁합입니다. 하지만 전 시키지는 못했어요.


진짜 희한하게 맛이 특별히 뛰어난 건 아니지만, 바로 그 ‘별맛 없음’이 이 집의 정체성이자 매력인 것 같아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문득 떠오르는 그런 맛 말이에요.

단점도 있다면 솔직히 말하자면…

맛집 리뷰라면 솔직함도 필요하겠죠. 이 집의 가장 큰 단점은 대기 시간입니다. 주문을 여러 테이블 묶어서 한 번에 조리하다 보니, 음식 나오기까지 30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허기진 상태라면 꽤나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사장님이 친절하신 편은 아니고, 그냥 묵묵히 조리하시는 분위기예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걸 보면, 여긴 ‘맛’ 그 이상을 주는 장소인 듯해요. 추억을 씹는 공간, 그리운 시간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곳, 바로 그런 느낌이요.

특별히 네이버에 운영시간이 등록되진 않아서 전화해 보고 갔고요, 일요일인데 11시부터 식사 가능하다고 하셨으니 참고하세요.

마무리

강릉에서 바다만 보고 돌아오기엔 뭔가 아쉽다면, 옛 감성이 가득한 이곳 ‘옛 빙그레김밥’에 한번 들러보세요. 현란한 맛도, 특별한 서비스도 없지만,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기분은 분명 얻고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