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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우연히 들른 춘천의 현지사.

친구의 추천으로 이름만 알고 있던 이 사찰을, 작심하고 찾아갔는데, 이곳에서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과 마음의 평안을 동시에 얻고 나왔습니다.

평소 불교신자는 아닌지라 이런 날, 이런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현지사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은 건 수천 개의 분홍 연등이었습니다.



하늘을 촘촘히 덮은 연등은 마치 분홍빛 천장이 내려앉은 듯한 장관을 이루며, 보는 이의 마음을 절로 맑게 만들었습니다. 절 마당을 걷는 내내 연등 사이로 불어오는 봄바람과 연등이 흔들리는 소리조차 하나의 음악처럼 들렸습니다.

대웅보전 앞에는 부처님을 뵈러 온 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줄을 서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황금빛 불상 앞에 올려진 꽃과 과일 공양은 더할 나위 없이 정갈하고, 믿음과 정성이 묻어났습니다. 내부의 화려한 단청과 샹들리에도 인상 깊었지만, 그보다도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고요한 분위기가 더 오래 기억에 남더군요.

저희가 갔을 때는 합창단원들의 노래가 한참 동안 울려 퍼졌어요.

한참 넉 놓고 구경했습니다.


한동안 지켜보다 다음 일정이 있어 돌아서서 나오는 길에 목이 마르니까 보였던 현지사의 명물, **‘복둥이 물’**도 살펴보고 나왔습니다.




수질검사 100% 통과한 청정수로, 신도들은 이 물을 마시며 건강과 복을 기원합니다. 연등행사 중간중간, 많은 사람들이 이 물을 조심스럽게 마시며 다음 기도를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야외에는 작은 포토존도 마련돼 있어, 연등과 함께 사진을 남기려는 방문객들로 북적였습니다. 정성껏 꾸며진 꽃장식과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한 오늘,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는 그 자체로 힐링이었죠.
("가피(加被)"는 불교 용어로, 부처님이나 보살이 중생(사람들)에게 자비로운 힘이나 복을 더해 주는 것을 뜻해요.
즉,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한 오늘"이라는 말은
부처님의 은혜와 보호, 복된 기운이 당신에게 가득하길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현지사 연등축제는 그저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충분히 감동받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이라면 잠시 머무르며 마음을 쉬어가기 좋은 장소입니다.

자연 속에서 조용한 기도를 올리고, 부처님의 자비를 느낄 수 있는 시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하루였어요.




TIP.
* 현지사 근처에는 주차 공간이 넉넉하고,
* 부처님 오신 날 당일은 산채비빔밥을 제공하는 무료 공양도 있으니 점심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 복둥이 물은 반드시 식수로만 사용해야 하니, 세탁이나 손 씻기는 삼가 주세요!